방정환 정신과 운동의 세계화와 어린이날 100주년에 대하여

글: 박길수

이 글은 12월 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방정환 세계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 필자가 지정토론자로 나서서 발표한 내용을, 이날의 포럼 전반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여 보완 증보한 것이다.

1. 들어가는 말

어린이날 100주년(2022/2023)을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국가)의 어린이 인권 존중과 복지 및 교육 환경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나아가 선구적이었던 우리나라의 어린이운동 정신을 세계화하자는 정책 포럼 도종환 국회의원실 주최, 어린이문화연대와 방정환연구소 주관으로 12월 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방정환 세계화를 위한 정책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날 포럼은 심성보(부산교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가 “방정환과 어린이해방선언의 세계화 목적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송영숙 단장(방정환 유럽문학기행문화교류단)이 방정환 세계화 사례발표로 올해 11월 4일부터 12일까지 유럽 일대에서 진행된 “예술공연단의 활동과 방정환, 세계 한글학교 어린이들 만나기” 행사 참가 경위와 그곳에서의 활동을 보고하였고, 장정희 소장(방정환 연구소)이 “방정환 세계화에서 학술적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방정환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방정환 세계화와 관련된 학술 활동’의 내용과 그 성과를 발표하였다. 이어 주로 이주영 대표이 기조발제에 대하여 각계 전문가들의 지정토론을 통해 방정환의 세계화 및 어린이날 100주년의 준비에 관한 각계 입장을 청취하였다. 또 이날 방청석을 가득 메운 각계의 어린이 관련 활동가들도 질의응답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문화, 복지, 정책,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였다.

2. 방정환 어린이 해방 선언의 세계화와 대한민국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

이날 기조발제는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의 세계화 목적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지만, 이주영 대표는 이 발제문 외에도 <대한민국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안>을 제안하였다. 우선 발제문과 계획안(제안)의 요지를 살펴본다.

1)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 세계화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이란 소파 방정환을 주축으로 한 ‘천도교소년회’ 등이 결성한 <조선소년운동협회>에서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행사를 하면서 내세운 아래와 같은 “소년운동의 기초조건”을 새롭게 명명한 것이다.
소년운동의 기초조건
(1)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2)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14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게 하라.
(3)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이주영 대표는 이 ‘어린이 해방선언’이 1924년 9월 26일 국제연맹에서 승인한 <어린이 권리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f Rights of the Child, 일명 ‘제네바선언’)>1에 버금가는 가치를 갖는다고 단언하고, 또 1957년에 제정 선포하고 1988년에 개정 발표한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모두 이 ‘어린이 해방선언’에서 유래하는 만큼 이를 새롭게 조명하여 세계화하는 정책 방향을 제안하였다. 즉 장기 계획으로 총 10개년의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2020년 4월 17일까지 시민단체, 국회의원, 관련 정부기관과 지자체, 기업 들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 구성하여 2020년 5월 1일 기본 계획 발표하고, 이를 2010-2015 전반기 5개년, 2016-2030 후반기 5개년 등 상-하 두 단계로 나누어 추진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민법, 형법, 아동복지법, 청소년보호법, 선거법(영유아, 아동, 청소년 개념, 연령) 등 법률 체제 정비 (방정환이 정착시킨 ‘어린이’라는 용어의 채택) (2) 기념관 건립 (3) 가칭 ‘방정환상’ 제정 [cf. 스웨덴 ‘아시스트 린드그랜’ 상] (4) 어린이해방선언의 계승 (5) 정부 부처와 지자체별 정책 및 사업의 연계 시행 등 제안하였다. 예컨대 어린이영화, 연극, 문학에 대한 지원과 쿼터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이나 국방부 차원에서 방정환에 대한 체계적 교육(미래의 부모에 대한 교육), 여성가족부 등 국가 관련 부처에서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선언’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이다.

2) 대한민국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안(제안)

또 이주영 대표는 별도 자료인 <대한민국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안(제안)>에서 어린이날 100주년을 대한민국 어린이운동의 새로운 전기로 삼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첫째, 2022년 “제100회 어린이날” 기념사업이다. 2022년은 1922년 천도교소년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의 날’ 행사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1923년에 개최한 ‘제1회 어린이날’의 제100회 어린이날 행사 날이다. ‘회’와 ‘주년’이 모두 ‘100’으로 만나는 만큼, 두 행사의 의의를 모두 살려서 조화롭게 기념사업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념식과 당시 어린이의 날 재현행사(가두행진, 전단배포 등), 예술축제, 어린이책 전시회, 관련 포럼의 진행
둘째, 2023년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사업이다. 1922년 전후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날 행사와 관련된 모든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또 어린이와 관련된 문화, 역사, 도서, 연구, 철학, 단체와 기관, 사건사고 등을 총 망라한 사료를 편찬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사업의 기반시설이면서 그 성과를 축적하여 전시, 공유,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방정환 기념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제안하였다.
셋째, 1923년 창간된 『어린이』지 100주년을 맞아 이를 전면 복각하여 및 보급하는 사업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지정토론에 나선 각계 전문가들은 각자 다양한 제안을 제시하였다. 박동국 서울시 교육자문관은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초등 교사들이 방정환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여 “전국의 교사, 사대 등에 방정환 동상을 세워 방정환의 어린이 사랑 정신을 예비교사들이 배울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 밖에 ‘방정환 생가를 복원’ ‘방정환 상을 제정’ 등을 제안하였다. 국가교육회의의 황호영 전문위원은 “방정환 선생이 추구했던 ‘어린이 해방선언’의 정신을 오늘날 어린이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사회제도와 법을 개정하여 낡은 교육체제를 허물고 실질적으로 어린이들이 공부의 짐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행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방정환과 어린이운동, 어린이날 100주년

필자는 지정토론자로서 이주영 대표의 제안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첫째, 어린이운동 역사의 계승,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선언의 세계화’ ‘대한민국 어린이날 100주년’ 행사 전반에 걸쳐서, ‘통일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어린이날 100주년 행사를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통일적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방정환이 1922년에 최초로 시행한 ‘어린이의 날’ 행사를 잊지 않으면서 그 의의를 현창하고,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국가적으로나 범 사회단체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바, 1923년에 방정환이 주도하고 소년운동협회가 주관한 제1회 어린이날 행사 이래의 어린이날 행사의 역사도 온전히 기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자를 무시하면, ‘어린이운동’의 자생적 발전의 역사와 그 근본정신(‘어린이도 한울님’)이 사라져 뿌리 없는 나무, 근원 없는 물줄기가 되고 말 것이다. 전자에만 매몰된다면 어린이날이 특정 교단의 사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점을 감안하여 현재 어린이 운동을 하는 모든 주체/단위들이 ‘따로 또 같이’ ‘통일적(通一的)’으로 이 행사/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포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선 오늘의 어린이운동 또는 어린이날 100주년 행사는 과거 지향적이거나 회고적인 운동 또는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운동과 사업의 선구자로서 어린이운동의 불모지를 개척하고 열어 온 선구자들의 마음과 활동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독립운동에 헌신한 유명-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고 선양하는 것과 매한가지 일이다. 이때, 어린이운동가를 방정환으로 한정하지 않고, 김기전, 차상찬, 이정호 등 방정환과 역할을 분담하여 제각기 맡은 바 어린이운동을 위한 각종 활동에 매진하였던 활동가들을 다함께 기리는 것이 정당하고 온당하고 당당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오늘 이후 어린이운동도 건강하고 강건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당시 어린이운동을 이끌어간 조직 단위(천도교청년회 및 소년회/개벽사/색동회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 활동의 계승과 기념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처음 마음’과 ‘처음 자리’를 살핌으로써 이 사업은 현재의 당면 과제에 매몰되지 않고, 또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좀더 긴 안목과 폭넓은 고려 속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종합성’을 견지하는 것이다. 즉 핵심 인물인 방정환을 기념하는 데 있어서도, 방정환의 전모를 종합적, 전면적, 전방위적으로 계승할 수 있어야 한다. 방정환은 어린이 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필두로 학생/신여성 등 새로운 인간[新人間]들이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새 세상을 꿈꾸던 개벽청년이자 문화운동가, 민족운동가였다. 이날 국회에서의 정책 포럼에 앞서서, 11월 17일에는 고려대학교 교정에서 ‘방정환 탄생 12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되었다. 방정환이 고려대학교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출신(명예학사, 입학은 하였으나 졸업은 못함)’이라는 점을 기억한 그 학교의 총장 이하 교수 및 극회의 후배(방정환은 보성전문학교 재학 시절 극본을 창작하여 공연 활동을 함)들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또한 방정환은 천도교청년당의 활동가로서 독립운동과 ‘신인간’ 운동을 전개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방정환의 어린이 운동도 이러한 사상적, 철학적, 조직적 기반을 배경으로해서 다시개벽 운동 구상하에서 전략적으로 전개된 것임을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내년은 방정환의 운동 전개에서 핵심 토대였던 <개벽사> 창립 100주년이고, 방정환도 참여한 <개벽> 잡지 창간 100주년입니다. 이런 점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넷째, ‘장소성’을 배려하는 것이다. 1922년 ‘제1회 어린이의 날’ 행사는 물론 1923년의 ‘제1회 어린이날’ 행사를 비롯하여 초기 10년간 대부분의 어린이 운동은 경운동 88번지에 있던 천도교소년회 및 천도교대교당과 기념관에서 전개되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천도교소년회 터 안내판(국가보훈처 설치)’과 ‘세계어린이운동발상지비(사설)’가 서 있지만, 그 장소의 상징적 의미, 실제적인 가치에 비해서 극히 미비하다. 특히 이곳은 방정환과 관련하여 현재도 매주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방문(체험학습 코스)하는바, 이곳을 이번 사업 및 행사의 홍보와 확산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고 장기적으로 그 원형을 재현 또는 복원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선언’을 세계화한다고 할 때, 세계인들이 가장 먼저 보고 싶어하고 찾아올 장소는 바로 이곳(경운동 88)이 될 것이다. 또한 이곳 천도교중앙대교당을 중심으로 반경 2-3킬로 미터 이내 지역에는 방정환 탄생지(당주동, 세종문화회관 뒤편), 방정환이 다닌 학교(미동, 재동 초등학교, 보성전문학교 터), 방정환 거주지(가회동, 화동), 방정환의 동지들의 거주지 및 활동지(북촌 일대), 각종 어린이 운동 관련 행사, 사업 전개 장소(최초의 초등학교, 가두행진 행로 등)이 널려 있고, 안암동의 고려대학교, 망우리의 방정환 선생 묘소( 및 이정호 묘소)에 이르기까지 방정환과 어린이 운동 관련 사적을 잇는 가칭 ‘방정환의 길’ 또는 ‘어린이의 길’ 순례 코스를 개발하여 적극적인 탐방 코스로 개발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다섯째, ‘주체성’을 견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모든 어린이운동과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사업이 ‘어린이’를 대상화하지 않고, 어린이의 관점과 의견, 어린이의 희망을 어린이들이 스스로 주장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동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린이를 위한 운동과 정책은 단지 어린이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나 정책 뿐만이 아니라 그것과 음으로 양으로 연결된 전반적인 구조와 제도에 걸친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 선생님 등 어른이 행복한 나라일 수밖에 없고, 결국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2) 다음으로 오랫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린이 운동 및 어린이 교육이나 관련 활동해 온 각 단위 주체(단체나 부문)의 노력과 성과를 고려하고 배려하며, 따라서 그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어린이 운동의 기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3) ‘저출생’ 문제 등과도 연계해서 간(間)주체라고 할 수 있는 (학)부모, 유치원 및 어린이집, 선생님 등이 주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4. 방정환 어린이운동 계승의 세계사적인 의미

방정환의 어린이 운동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첫째, 방정환의 어린이 운동은 어느 한 단체나 종교, 이념적 지향에 구속되지 않는 ‘순수성’을 가지고 있다. 1921년 천도교소년회를 결성하고, 1922년에 그 1주년을 기념하여 독자적으로 제1회 어린이의 날 행사를 거행하였음에도 그 이듬해에 색동회 등의 전문 단체와 불교소년회, 조선소년군 등의 관련 단체와 연대를 모색한 것은 어린이 운동이 특정 교단이나 단체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포용적인 자세가 배경이 되어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본받아야 할 어린이운동의 참된 정신이다.
둘째, 방정환을 비롯한 우리나라 어린이운동 선구자들의 어린이운동이 세계적으로도 선진적인 (시간적, 사상적)인 의의를 갖는다면, 오늘날 전 세계 어린이가 처한 상황을 폭넓게 둘러보고 그 시급성에 있어서 어저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긴급한 구조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이 많은 것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이러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어린이운동(구호) 단체들과 연대하여, 방정환 어린이 운동의 세계성을 실절적으로 계승하고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방정환 등의 어린이운동은 100년 전에 머물지 않는 ‘현재성’과 ‘미래성’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온 세상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 운동은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과 그러면서도 당대의 시대적 과제를 간과하지 않는 ‘시대성’과 ‘운동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방정환 어린이해방선언 세계화’는 결코 무망한 구호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이러한 보편성을 전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사실은 방정환이 신실한 천도교인이며, 성실한 천도교청년이며, 충실한 천도교인의 후예였다는 점이다. ‘어린이 운동가’로서의 방정환에만 관심을 두는 세상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방정환의 논설(수상) 가운데는 천도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입각하여 주변의 천도교 청년들을 고무하고 격려한 글들이 적지 않다. 그것이 방정환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방정환의 활동의 기반이 되고 동지가 되고 근거가 되었던 천도교청년당과 그 후원기관으로서의 천도교단(중앙총부와 전국 교구)이 있었다는 사실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방정환의 뿌리이다. 그리고 방정환의 천도교 3세 교조 손병희 선생의 사위이자, 그 부인의 남편, 그리고 조선의 어린이들에게 아버지를 내어 준 방정환의 자손들의 아버지였다. 방정환이 요절하면서, 그 부인과 자녀들이 겪었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방정환 요절의 한 요인이기도 했던, 3.1운동의 여파로 인한 천도교단의 재정적 몰락으로 그 후손들은 경제적/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다.) 이러한 점까지를 아울러 살필 때 방정환을 영웅시하는 데서 벗어나 ‘인간 방정환’의 면모를 살려 나가고, 오늘 이 시대에 ‘수많은 방정환’들이 활동할 방향과 방법의 가능성과 혜안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찌 하든, 방정환의 ‘어린이 해방선언’을 세계화하고, 어린이날 100주년을 뜻깊게 기념한다는 것은 동학의 세계사상적 의의를 구현하는 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동학(천도교)은 특정 종파이기 이전에 우리 민족의 정신을 세계적인 수준(人乃天과 同歸一體)으로 전파한 개벽사상이기 때문이다.

5. 나가며

방정환의 어린이운동은 3.1운동 정신을 계승하여, 어린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서 대우하는 것을 넘어, 어린이들을 자주 독립한 조국의 미래를 위한 주체 세력으로 양육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으로 그것은 어린이(학생, 여성 등) 새로운 사람들을 미래세계, 새로운 문명의 주축으로 ‘모시는 운동’이었다. 왜냐하면 3.1운동 자체가 단순한 독립을 넘어 새로운 문명 세계를 꿈꾸고 지향하는 동학의 다시개벽 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2 올해 3.1운동 100주년 사업(정부 단위)의 아쉬움은 이러한 3.1운동의 근본정신을 조명하고 계승하여, 국가의 새로운 백년대계와 세계사적 비전을 선언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사업은 이러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어린이가 만인, 만물과 더불어 안전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한다는 ‘어린이운동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또 한편으로 당면한 어린이문제들(과잉교육이나 복지사각지대 해소, 어린이 문화혜택 확대 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한 명의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나라의 어린이 운동을 위해서는 온 세계(전 지구와 우주)가 필요하다는 게 명약관화하다.
역사적으로나 현재적으로나, 이번 사업-행사에서 소외되는 사람/계층/단체/조직이 없이 진행함으로써 어린이날 100주년 사업/행사가 ‘어린이가 행복한, 그러므로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대한민국, ‘어린이가 안심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러므로 모든 사람과 만물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문명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期待)하고 기도(祈禱)한다.


  1. <어린이 권리에 관한 선언(1923 애글렌타인 젭 발표 국제어린이구호협회 채택 / 1924 국제연맹 승인)
    1. 어린이가 제대로 자라기 위해 필요한 수단(물질과 정신)을 모두 제공해 주어야 한다.
    2. 배고픈 어린이는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아픈 어린이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뒤떨어진 아린이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범죄에 빠진 어린이는 재활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고아나 떠돌이는 도움과 있을 곳을 제공 받아야 한다.
    3. 어린이는 위급할 때 가장 먼저 구조 받아야 한다.
    4. 어린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착취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
    5. 어린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주와 능력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의식 속에서 자라야 한다.

  2. 박길수, 「3.1운동과 다시개벽의 꿈」, 3.1운동 백주년종교개혁연대 편, 『3.1운동 백주년과 한국종교개혁『, 모시는사람들, 2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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